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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상 도로의 개념

술을 먹고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운전한 경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을 받게 될까? 대학 구내 통행로에서 무면허로 운전하였을 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까? 결론부터 밝히면 아파트 주차장이나 대학 구내 통행로가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인지 여부에 따라 처벌될 수도, 처벌되지 않을 수도 있다. 도로의 개념은 도로교통법상의 여러 규정에 대한 적용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도로교통법에서 도로란 「도로법」에 의한 도로, 「유료도로법」에 의한 유료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고 정의하고 있다(도로교통법 제2조)

도로법에 의한 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되는 것으로, 크게 고속국도(고속도로), 일반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군도, 시도, 구도 등으로 구분된다. 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설치·관리되면서 국토이용의 핵심적인 간선 및 지선 도로망을 이루는 일반적인 도로라고 할 수 있다. 유료도로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해 통행료 또는 사용료를 받는 도로이고, 농어촌도로는 농어촌지역 주민의 교통편익과 경제활동 등에 공용되는 공로로써 크게 면도, 리도, 농도로 구분된다.    

또한 도로교통법상 도로의 정의 중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란 운전 장소의 형태와 이용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고 공개된 장소를 말한다.  

도로의 판단 기준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살펴보자. 지난 9월 20일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출입구가 하나 뿐인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A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는 판결을 했다. A운전자는 1심 재판에서 징역 4월을 선고받았으나 2심 재판에서는 “아파트단지에 출입구가 하나 뿐인 점과 출입구 외 아파트 경계 부분에 옹벽과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어 지름길이나 우회로로 이용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 관하여 “출입하는 차량을 통제하지 않는 등 현실적으로 불특정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 일반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장소"라며 도로교통법상의 '도로'가 아니라는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도로의 이용 형태상 외부차량이 통제없이 현실적으로 자유롭게 출입하고 이로 인해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의 경우 도로교통법 소정의 도로에 해당한다는 것(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누7585 판결)을 재차 명백히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차량이 통행하고 공공성과 교통경찰권 행사가 가능한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 병원구배 통행로 등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되고, 이용 형태상 출입차량의 공개성과 공공성이 부정되는 빌딩주차장 통행로, 여관 앞 공터, 공장 구내 도로, 상가 내 고객전용 주차장 통로 등은 도로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참고로 도로에 부속된 주차장(주차구획선) 또는 사실상 주차공간의 경우에는 주차장법이 우선 적용되므로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도로여부를 떠나 병원이나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음주운전했더라도 도로에서의 운전에 해당되지 않아 처벌되지 않는다. 노상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도 마찬가지다. 다만 주차장에서 약간이라도 벗어나 도로에 진입한 경우에는 음주운전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 판례의 분명한 태도이다.